제목
인물 조형물로 보는 ‘양반전’(정선 아라리촌)
작성자
이은정
작성일
2013-03-22
조회수
2068

얼마 전에 독특한 생활 문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정선 아라리촌(강원도 정선군 애산로37)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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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촌에는 박지원의 한문소설‘양반전’을 소재로 한 문화 체험 공간이 있는데 인물 조형물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암 박지원(영조,순조 문인,실학자)이 쓴 양반전은 18세기 작품으로 지역적 배경은 강원도 정선입니다. 사상적 배경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비판정신입니다.

양반의 무능력과 부패상을 폭로하고 동시에 관리들의 풍자와 해학으로 고발하는 성격을 나타냅니다.

 

▣무능한 양반‘양반전 줄거리’

 

옛날 강원도 정선 땅에 가난한 양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명하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해 인격이 높았습니다. 신임군수도 방문하여 인사를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떨어져 관가의 곡식을 빌려 연명합니다. 이렇게 여러 해를 보내는 동안 환곡은 천석에 이릅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석이 빈 것을 발견합니다. 결국 관찰사에게 발각되어 감옥에 갈 운명에 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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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납부를 보고 놀라는 관찰사(관찰사가 관곡 출납부를 점검하고 천석이 부족함을 보고 놀라며 정선군수를 꾸짖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안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양반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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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처의 한탄 : 관찰사로부터 꾸어간 관곡 천섬을 한 달 안에 갚지못하면 감옥에 끌려가게 될 것이라는 판결을 받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양반과 이를 탓하는 양반 아내의 모습]


이웃에 사는 부자 상민이 양반의 신분을 동경하던 중이라 이 기회에 양반을 사서 양반노릇을 해보겠다고 작정하고 양반을 찾아가서 양반을 팔라고 합니다. 양반은 기꺼이 승낙하여 상민은 관곡을 갚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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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되고자하는 부자 : 상민이었던 천가가 주막에서 상민 이웃과 술을 마시며 양반 신분을 돈으로 사려고 수작을 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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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빚을 갚아주는 부자 상민 : 가난한 양반이 관곡 천섬을 대신 갚아주고 양반을 사는 부자 상민과 양반 신분을 팔고 목숨을 부지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가난한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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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민이 되어 군수에게 절하는 양반 : 가난한 양반이 자신의 신분을 부자 상민에게 판뒤 길에서 만난 군수에게 엎드려 절하자 군수가 놀라며 양반을 사고 팔게 된 경위를 듭습니다]


이를 안 군수는 직접 증인이 되어 상민 에게 양반 문서를 만들어줍니다. 작성한 문건에는 양반이 되면 지켜야할 형식적 행동 절차 조목들이 기록되어있습니다. 부자 상민은 낙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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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되면 지켜야할 조목들 : 허리를 곧게 펴고 얼굴을 꼿꼿이 세운 채 세수하고, 세수할 때 손등의 때를 비비지 않는 양반, 느릿느릿 걷는 양반 자세등...]


상민은 양반이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행동의 구속만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좋은 일이 있게해 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이에 군수는 두 번째 문서를 작성합니다.

양반의 횡포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관직에도 나갈 수 있고, 상인들을 착취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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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특혜 : 이웃의 소를 끌어다 먼저 자기 땅을 갈고 마을 일꾼을 잡아다 자기논의 김을 맬 수 있고 상민의 상투를 잡고 수염을 뽑는등등...]


양반의 특권과 규칙을 알게 된 부자 상민은 그런 양반은 ‘도둑놈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양반이 되기를 포기하고 그 이후 ‘양반’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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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되기를 거부하는 부자]

 

■양반전은 조선후기 신분제의 급격한 변동 과정에서 발생한 풍자 문학의 대표작입니다. 이시기는 양반 다수가 몰락하고 시정 상인들이 부를 축적하는 등 신분제가 요동을 칩니다.

이러한 시대에 부응하여 박지원의 ‘양반전’은 양반이 온갖 형식적 조목에 얽매어 스스로 자립 능력을 상실해가는 무기력함을 풍자하고 부를 축적하고 무조건 양반이 되려는 상인들의 무조건적 욕망을 날카로운 웃음의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부자 상민을 희롱하는 군수 역시 양반전이 노린 풍자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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